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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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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7 19:50 분류없음


이 글을 읽고보니
나역시도 무작정 간판부터 따지고 보는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제일 중요한지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아주 좋은 글이다





요리 유학’ 상담을 위해 나의 키친을 방문 하는 사람들과 이메일이 점점 늘어간다. 먼저 요리 유학을 다녀온 사람으로써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열심히 답장도 적고 직접 만나서 이야기도 들어주곤 한다. 


보통 제일 많이 묻는 질문이 어느 학교가 좋은지, 가장 유명한지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그보다 중요한 것을 물어본다. 본인이 어떤 요리를 좋아하는지, 어떤 요리를 배우고 싶은지, 요리를 배우고 나서 어떤 일을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지 계획을 짰느냐고. 그러면 다들 입을 다물고 있다가 한마디 더 한다. “하여간 다녀오면 알아주는 데를 추천해주세요”. 과연 서울대, 연고대 식의 학교 고르기에 맞춰 20대 초반까지 살아온 이들답다. 정말 배우고 싶은 요리라면 우간다에라도 가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유학의 장점 아닐까. 

나이가 어느정도 먹은 이들이 이렇다면 자녀에게 요리영재교육을 시켜보고자(실제로 중고등학생 자녀의 요리유학을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다.) 문의하시는 학부모님들의 이야기는 살짝 더 기가 막히다. “우리 애가 요즈음 성적이 떨어져서요. 아무래도 좋은 대학 가긴 좀 힘들고.” 이쯤 되면 구차하게 “요리는 머리가 좋아야 된다”고 버럭 할 것인가, 아니면 “아… 네…”라고 그냥 맞장구 쳐 줘야 하는 것인지 살짝 헷갈리면서 열 받는다. 

무작정 갔다가 황망하게 돌아와서, 그 열심히 공부한 것 어떻게 써먹을지 몰라서 다른 것을 또 공부하거나 국내에서 자리잡고 있으신 분들 밑으로 들어가 돈 내고 강의들으며 ‘인맥 만들기’에 바쁜 경우들도 있다. 

스물일곱에 요리가 취미였던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요리 유학을 가기로 결심했을 때 학교를 고른 기준은 첫째, 몇 달 동안의 수료가 아닌 학위(Diploma)를 따는 시기가 1년이나 1년 반정도로 짧을 것(시간과 돈이 넉넉하지 않으니까). 둘째, 최대한 짧은 커리큘럼에도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는 것(제과와 요리가 구분되어 있지 않다든가 와인이 포함되어 있다든가). 셋째, 영어권 나라일 것. 이 기준에 맞는 학교 중에서 인턴십을 위한 단기취업비자를 요구하던 미국의 학교들은 제외하고 보니 영국의 ‘Tante Marie School of Cookery’ 하나가 남았다. 운도 따랐겠지만 마침 방한한 그 학교 교장선생님의 유학설명회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일년 만에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 

쌍코피 터지던 정말 힘들고도, 만족스러운 유학생활이었음에도 나는 홈페이지에 적어놓은 내 프로필에 요리 유학을 다녀왔다고 적어놓은 것 이외에는 누가 물어보기 전에는 다녀왔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녀와서 지난 5년 동안, “그 학교 별로 유명한데 아니죠”라는 말과 더불어 “왜 1년짜리를 다녀왔냐”는 말이 듣기 싫고 일일이 대답하기 귀찮아서다. 

이번 주에도 뉴욕의 요리학교,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로 출발하는 제자 한 명과 작별인사를 했다. 그 학교에 너무나도 한국학생들이 많아 어학시험에 합격하더라도 대기를 좀 해야 할 것 같단다. 일주일 전에 호주로 요리 유학을 떠난 한 언니도 그랬다. 요리 배우러 온 한국사람들 너무 많다고. 

힘들게 외국에 다른 것도 아닌 요리를 공부하러 간 사람이 많다는데 즐겁기보다는 답답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왜 앞설까. 공부하러 가는 것은 좋다. 하지만 공부한다면 용서가 되는, 가방끈이 길면 다 용서가 되고 학위가 있으면 대국민 사기도 칠 수 있는 이 나라에서 요리사로 살기 위해, 여기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거나 가르칠 사람들이 충분한데도 간판 때문에 유학을 간다는 것은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손녀딸의 테스트키친 대표) 
posted by 윤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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